디자인에 넣어야 할 쑥스러운 것들
 신태호  02-02 | VIEW : 1,122
s_f15_65342447.jpg (52.6 KB), Down : 0


디자인은 판단의 연속이다. 결과물이 나오기까지 수 많은 판단들이 존재하고, 그 판단의 가지의 가지를 타고서야 비로소, 하나의 형체를 가질 수 있게 된다. 판단의 질문들은, 만든 이로부터 나오거나 혹은 돈을 낸 이, 혹은 팔아야 하는 이, 혹은 사줘야 하는 이 들로부터 나오기도 한다. 그리고 그러한 판단은, 단순 보기의 문제가 아닌, 복잡한 욕망의 관계가 얽힌 주관신의 문제이기도 하다.

어쩌면 필연적으로 디자인에는, 관련된 이들의 ‘쑥스러운 것들’이 반드시 담겨야 하는지도 모른다. 설사 디자이너 오롯이 홀로 만든 결과물이라 할지라도, 그 안에는 디자이너와 디자이너 안에 수많은 욕망들이 뒤엉켜 선택되어진 것들이 담기게 된다. 흔히 디자이너들이 자신의 디자인 결과물을 분신으로 여기고 자식과 같이 생각한다면, 너무 큰 비약일까.

한 아버지의 인터뷰. 사랑스럽기 그지없는 자신의 아이에 대한 얘기를 하는 한 아버지는, 혹 자신의 병이 유전되었을까 안타까워하며 눈물을 흘린다. 그리곤 그 아이가 자신의 꿈이었던 스포츠 스타가 되길 바란다.

영화 ‘말하는 건축 : 시티홀’. 서울 시청의 측면 디자인을 보며 안타까워하고 질타하는 많은 전문가 혹은 서울 시민들. 그리곤 그들은 서울 시청이 서울의 랜드마크가 되길 바란다.

한 아이는 아버지의 제어된 혹은 집중된 욕망이며, 서울 시청은, 또한 서울 시민의 집약된 욕망이다. 우리는 많은 선택의 과정들을 통해서, 한 아이를 얻거나 서울의 시청 건물을 얻기도 한다. 그 안에 담긴 쑥스럽고 부끄러운 욕망은 아버지가 지닌 유전의 병처럼, 어쩔 수 없이 발현되거나 혹은 깊숙이 내재해 존재하기도 한다.

어떠한 욕망을 갖느냐는 어떠한 질문을 하느냐와 같은 무게이다. 질문에 따라 선택은 달라진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당당히 질문하고 또한 ‘쑥스러운 것들’을 부지런히 내어 놓는 것이다. 그것이 부끄럽고 나아가 치명적인 병이라 할지라도, 우리 욕망에 대한 책임을 갖고 있다.


신태호
 LIST   
18   언어를 갖는 것  신태호 04-24 840
17   디자인 방법론  신태호 02-16 915
  디자인에 넣어야...  신태호 02-02 1122
15   지표  신태호 02-02 756
14   디자인에 버려야...  신태호 03-15 2017
13   브랜드  신태호 06-18 2420
12   포스트네오젠미니...  신태호 05-07 2073
11   과연 이것이 진...  신태호 04-17 1953
10   욕망의 시대  신태호 12-21 2236
9   가장 한국적인 ...  신태호 06-23 5435
1 [2] SEARCH
Copyright 1999-2017 Zeroboard / skin by GGAM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