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신태호  06-18 | VIEW : 2,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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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ll&Pool 리서치 공동연구 (2008.6)
출간 2008.8
http://www.fullandpool.com/


F :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국내/외 브랜드는 무엇인가?

신 :
MUJI

MUJI는 무인양품 無印良品 이다. 무인양품 無印良品 은 무엇인가. 이름은 없고 제품은 좋다. 즉, 이름을 내세우지 않고 좋은 품질의 제품을 생산하겠다는 의지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무인양품은, MUJI를 브랜드화하는 철학이 되어버렸다. 이름은 내세우지 않겠다는 말이, 그 회사의 이름이 되어버린 것이다. 많은 사람들의 머릿속에, 좋은 품질과 필요한 기능의 디자인, 그리고 그에 맞는 합리적인 가격까지, MUJI는 정확히 그것을 만들어 내고 있다.

이는 MUJI의 총디렉터인 하라켄야의 생각과 일치한다. 그가 쓴 책 ‘디자인의 디자인’ 을 보면, ‘이것으로 훌륭한’이 아닌 ‘이것으로 충분한’ 디자인에 대한 얘기가 나온다. ‘와’의 탄성이 아닌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는 디자인. 디자인은 무조건 새롭고 특이해야 한다고 여겼던 이들에게,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중용의 디자인을 얘기하는 것이다.

그것은 생활방식 lifestyle과 맞닿아 있다. 자신이 무엇을 먹고 무엇을 입고, 어떤 제품을 사용하는지 어떠한 장소에 즐겨가며 또한 어떤 음악을 듣는지, 그 모든 것을 아울러 우리는 라이프스타일lifestyle이라고 한다. 그러한 라이프스타일은 단순히 시대에 휩쓸리는 스타일이 아닌, 결국 사용자의 가치관이다. 그것은 스스로에게 몇몇의 기준을 세워놓고 그 가치척도를 가늠해 보는 것이다. MUJI는 MUJI의 라이프스타일을 제시해준다. 장식없는 원목의 가구와 순면의 하얀 셔츠, 그리고 깔끔한 티tea 까지. MUJI에서 생산되는 모든 생활용품은 그대로 자신을 반영하는 것이다. 그는 사치를 거부할 것이며, 또한 합리적으로 정확히 필요한 것을 추구할 것이고, 소비에 있어서 한발 더 자연을 생각할 것이다. MUJI를 소비함으로서 그러한 가치관을 갖게 될 것이다. 그것이 브랜드가 소비자에게 줄 수 있는 철학이다.

단적으로, MUJI는 그러한 철학을 확장시키려한다. 이는 디자이너에게 무지 반가운 일이다. 그 예로, 매년 열리며 현재 세 번째를 맞는, 무지어워드 MUJIAWARD 를 들 수 있다. 대상은 세계 모든 디자이너이며, 매 해 주어지는 주제에 적합한 모든 제품이 포함된다. 하지만, 그 역시 MUJI의 개념을 더 명확히 짚어내는 MUJI의 확장인 것이다. 작년 공모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한 작품을 보면, 이를 보다 확실히 알 수 있다. 작년 어워드의 주제는 RE- 였다. 많은 사람들이 현재 관심을 갖고 있는 재활용, 혹은 환경친화의 디자인 등 주제에 있어 진부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대상 작품은 타월이다. 온 몸을 덮을 수 있는 목욕타월이 자를 수 있는 재질로 일정부분 되어있으며, 그 작은 차이만으로 타월은 자신을 뛰어넘는 생명력을 갖게 된다. 목욕타월에서 세면타월로 다시 손타월로 그리고 마지막에 걸레로. 작은 차이의 디자인은 그 변화를 보다 명확히 그리고 MUJI스럽게 표현해 주고 있다. 무엇이 RE-인가에 대한 철학적인 해답이며, 디자인 행위의 숭고함을 주었다고 평가해도 과언이 아닐 듯싶다. 그와 같이 스스로의 개념을 확장해서 보다 열린 구조로 많은 사람들과 MUJI를 나눈다는 것이 현재로서는 많은 디자이너들이 선호할 수밖에 없는 기업이 되는 것이다.  



F :
당신이 클라이언트 혹은 파트너쉽 관계로 가장 희망하는 국내 기업은 어떤 것인가?

신 :
없음

F :
위 기업을 선택했을 때 가장 우선적으로 뽑은 이유는 무엇인가?

신 :
국내에서 클라이언트로 희망하는 기업은, 솔직히 말해서 없거나, 혹은 모두이다. 국내 기업 중에 소비자에게 그만의 라이프스타일을 제시하는 기업이, 과연 몇이나 될까. 하나의 제품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그 기업을 철학을 제시하는 기업이, 또 과연 얼마나 될까.

현재 삼성이, 디자인 분야에 많은 부분 투자를 하고 실제적으로 그 가치중심을 디자인으로 옮기려 한다는 얘기가 들린다. 밀라노 어디에 디자인센터를 세우고, 실력있는 디자이너를 열린 구조를 수용하겠다는 말은, 반대로 ‘아직 멀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한다. 삼성이 해외 굴지의 디자인어워드에서 디자인상을 수상하였다하더라도, 그 제품에서 삼성이 느껴지질 않는다. 거기에는 정말 잘 만든, 최첨단 기술의 핸드폰이 있을 뿐이다. 물론 기술이 생활을 변화시키는 것은 맞는 말이다. 음성통화에서 영상통화로의 변화는, 전화를 걸거나 받는 방식 자체를 변화시킬 것이며, 컴퓨터시스템이 몸 안에 들어오고 또한 인터넷이 가능해지는 기술 후에 인간은 더 이상 지식을 머리에 저장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기술이, 생활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하지만, 그 생활에 철학을 제시하는 것은, 결국 디자인의 몫이다. 세련된 외형을 가져주는 것이 디자인이 아니라, 몸에 거북스럽지 않는 기술을 가능케 하고 사용 이외의 가치를 담아내는 것, 그것이 곧 디자인인 것이다.

앞서 국내 기업 중에 클라이언트로 삼고 싶은 기업이, 없거나 혹은 모두라고 말한 이유는, 내가 디자인을 함에 있어서 어떤 기업하고 같이 하게 되던, 그 결과물에, 내가 가진 생각과 그 결과물을 사용할 사람에 대한 ‘배려’를 담고 싶기 때문이다. 어떤 제품이던, 혹은 어떠한 공간이던, 그 안에 ‘배려’의 가치를 담고 싶다. 배려는 상상하고, 미루어 짐작하고, 뒤돌아보고, 다시 생각해봐야 나올 수가 있다. 제품 하나를 보고 디자인해서는 절대 담아 낼 수가 없다. 그 사용자의 생활을 미루어 짐작해 보아야 할 것이며, 상상해야 할 것이며, 나를 대입시켜 뒤돌아보고, 또한 다시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덧붙여 말하자면, 그것이 삼성이면 더욱 좋을지도 모르겠다. 현재 삼성은, 기술이 가능한 발전하여 디자인의 영역을 넓혀주었으며, 지금까지의 삼성 브랜드 이미지를 이제 서서히 다르게 변화시킬 시점에 와 있기 때문이다. 어느 권력도 건드리지 못하는 초우량기업, 혹은 가장 비싸고 또 가장 튼튼한, 애니콜 핸드폰의 이미지를 벗어나, 누구나 놓치기 쉬운 1%를 찾아내는 기업, 그것을 가치로 만드는 기업으로 변화하길 희망한다. 그 변화가 내가 가진 생각들과 함께 이루어진다면, 물음에 대한 답이 될 것이라 본다.


2008.6

신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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