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tra '100chair 展'
 조은환  05-12 | VIEW : 2,3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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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내가 쓰고 있는 의자는 몇 번째 복제품인지 나는 상관하지 않으며, 복제의 반복 속에서 몇 번째의 것이 진품성을 가지고 있는지 나는 알고 싶지 않다.

비트라 뮤지엄의 100여년 간의 컬랙션은, 의자라는 최소한의 구축 속에서 예술가와 디자이너들의 조형적 시도와 함께, 기술적 제약을 극복하고자 하는 시도들이 담겨있다고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마티스의 그림이 걸려있던 museum에서 고귀한 듯 도도히 전시되어 있는 일상적 가구들을 관람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의자는 많은 예술가와 디자이너들이 창조해 내는 산물 중에서도, 사람을 담는 최소한의 구조체이자, 공간적 구축물이기에 더욱 의미가 깊다. 또한, 그 발전 과정과 조형적 표현들은 다른 모든 디자인적 산물과 건축의 단면이기에 흥미롭다.

또한, 미학자 Walter Benjamin이 이야기한 예언적 가치(사회와 문화에서 보여지는 하부구조보다 훨씬 더 서서히 진행되는 상부구조의 변화는 반세기 이상의 세월을 소요하고 난 후에야 비로소 문화의 모든 영역에 생산조건의 변화를 가져다 준다)를 하나의 사료(史料)처럼 보여주는 형태이기에 가치 있다.

실제로, 공예적이며 수공적인 표현을 지나 보여지는 기술복제적 시도는 그것이 현재를 보여준다기 보다, 이미 과거가 됐거나, 미래를 지향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Arne Jacobsen이 50년대에 디자인한 의자들이 공상과학 영화의 세트장에 배치되어 있는 것을 보며, 나는 야릇한 희열을 느끼기도 한다.

기술복제로서 확장된 디자인적 표현을 이야기 함에 있어서 역시, 그것이 현재의 과정으로서 이야기하기 보다는 과거와 미래에 연장되어지는 하나의 연계로서 봐야할 필요도 있다.

그렇다면 무한히 복제되어지는 기술복제품들에게서 우리는 진품성, 또는 Aura를 찾을 수 있는가.

과거의 공예적 가구디자인의 단품들이 가지는 시공간적 현존성은 원작의 진품성으로 가치를 가지지만, 현재의 기술복제로 끊임없이 반복되어지는 생산은, 과거의 그것들이 가지던 시간적 공간적 제약을 무의미하게 만들었다.  수십년 전 핀란드의 디자이너가 만들어낸 의자를 한국에 사는 우리는 어제 새로 공장에서 출고하여 내 방에 가져다 놓고 있는 것이 현재인 것이다. 수십년이 지나, 다른 공간에 존재하는 내가 가진 그것에서 디자이너가 의도한 원작의 aura를 이야기할 때에, 나는 그것이 복제의 과정에 기인한다기 보다 디자이너의 의도에 달려있다고 생각한다.

공업화된 생산구조에서, 현재의 디자이너는 그것의 복제를 염두한다. 염두는 단지, 생산의 과정을 위함이 아닌 결과의 염두인 것이다. 단품으로서 존재하는 의자를 디자인하는 디자이너는 자신이 담고자하는 원작의 aura를 그 하나에 오롯이 담는다. 그 이후에 같은 디자이너가 같은 의자를 다시 만든다 하더라도, 원작에 의도된 aura는 복제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그 디자이너의 첫 의도에 복제에 대한 염두가 담겨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원작의 aura는 디자이너의 의도에 의해 무한 히 나누어 지고, 그 나누어진 aura는 복제되어지는 하나하나에 나누어 담겨지는 것이다. 나누어진 aura는 물질이 아니기에 복제의 횟수에 의해 축소되어지지 않는 것이다. 산업화 속에서 무한히 복제되어져 우리 모두에게 안겨진 디자인은, 디자인의 의도가 담겨져 있는 한, 복사된 피상물이 아닌 무한히 나누어진 하나하나의 aura이며, 그것은 도리어 복제가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에 의미가 퇴색된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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