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조은환  06-18 | VIEW : 2,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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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ll&Pool 리서치 공동연구 (2008.6)
출간 2008.8
http://www.fullandpool.com/


F :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국내/외 브랜드는 무엇인가?

조 :
LEGO

개인적으로, 브랜드에 매우 무심한 편이다. 또한 브랜드라는 범주를 어디까지 보아야 할 지는 금새 정리되지 않는 정의이기에, 심지어 사전을 찾아보는 수고까지 해야만 할 것이다.

소비적이지 못하거나, 트랜드에 둔감한 개인적 사정으로 인해 선호 브랜드를 스스로 정립하기가 매우 어려운 문제이지만, 주어진 질문을 다음의 질문으로 조정하는 순간, 의외로 명료한 답안지를 만들수 있었다.

‘내 인생에 영향력을 휘두른 기업이 무엇인가?’

돈을 목적으로 하는 기업이, 개인에게 영향력을 휘두르는 방법은 다양하겠지만, 그 영향력이 개인의 인생을 형성하는 힘과 함께, 맹목적인 행복감을 가져다 준다면 이보다 가치 있고 좋아할 만한 브랜드는 없을 것이다.

LEGO는 덴마크어로 '레그 고트(leg godt)'를 줄인 말로 '잘 논다(play well)'는 의미를 가진다.  캐쥬얼하게 표현하자면 삶에 있어 ‘논다’라는 개념을 대체할 우위가치를 나는 짧은 인생을 살아오며 찾지 못하였다. 더군다나 돌아보면, 적어도 나 개인에게 ‘논다’라는 정의는 레고를 통해 형성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동물적 유희를 더해, 생산적 가치개념, 창의할 수 있는 최소단위로서 계기를 던져 주었던 레고는 게다가 무섭게도 언어를 습득하는 시기부터 개인을 지배하기도 한다. 그 지배는 수동적이고 구속력있는 억압된 지배가 아닌, 양쪽 모두에게 ‘놀이’이자 ‘벌이’로서 웃음짓게 할 수 있는 매우 드문 브랜드적 가치이다.

이와 더불어, 나 스스로가 ‘의외로 명료한 답안지’라 지칭할 수 있는 이유는, 심각한 가치평가와 기업적 생태를 모두 버리고 LEGO 그대로의 디자인적 가치 만으로도 가장 좋아하는 브랜드라 이름붙이기에 아쉬움이 없기 때문이다. 단일 블록 하나가 주는 명료하고도 조형적인 구성, 색감, 그리고 그 세밀하고도 섬세한 디테일은 디자인을 하고 있는 나의 시작점이었으며, 지향점 이기도 하다.

최근에 개발되는 다양하고도 새로운 게임과,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새로운 놀이문화 속에서도레고 블록 하나의 가치는 처음 생산된 1940년대와 전혀 달라짐이 없다. LEGO는, 젊은 날 우연찮게 히트시킨 노래 하나로 평생을 누리는 뮤지션으로 남아도 될 것을, 그럼에도 새롭게 시도하며 그 블록 그대로 새로운 상상력을 더할 계기를 끊임없이 세상에 던져주고 있다.

아저씨라는 호칭이 익숙해져 버린 나는, 오늘도 레고가 새로 출시한 감각과 소리, 빛에 반응하는 '마인드스톰 NXT’ 시리즈로 아직도 가슴 설레이며 상상을 표현할 수 있는 계기를 찾고 있다.




F :
당신이 클라이언트 혹은 파트너쉽 관계로 가장 희망하는 국내 기업은 어떤 것인가?

조 :
현대카드

F :
위 기업을 선택했을 때 가장 우선적으로 뽑은 이유는 무엇인가?

조 :
기업에서 누가 어떠한 작용을 했는지는 모르지만, 현대카드의 근래의 시도들은, 최근의 수많은 대기업들이 허공에 대고 외치는 디자인경영과는 달리 분명하고 실제적이기에 유효하다. 그러한 안목과 분석력이 있다면, 파트너로서 가끔 내가 밑지는 장사를 한다 해도 용인해 줄 수 있지 않을까.

너도 나도 다 가지고 있는 신용카드를 하나 만들려고 한다면 당신은 무엇으로 선택할 것인가? 이 쉽고도 명료한 질문에 국내의 카드사들은 유능한 인재를 가득 채워 놓고도 현명한 제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금융에 문외한인 나로서도, 항상 가져온 질문 중 하나는, 무슨 혜택이 이리도 많은가 이다. 그리고하나 더, 신용카드의 디자인이 왜 이러한가 라는 것이다. 카드상품 안내서의 끝없는 혜택에 대한 설명은 보다보면 울렁거릴 지경이고, 계산할 때에 카운터에 내밀기 민망할 정도의 카드 디자인들은, 격하게는 그냥 백지 같은 카드에 번호만 써 놓는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 지경이다.

그러나 현대카드의 최근의 방향들은, 어디서 본듯한, 비슷한, 이라는 아쉬움을 제외하면 시장을 정확히 보고 있기에 긍정적이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카드의 혜택과 기능을 다 알고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또한 그 혜택의 차이가 얼마나 클까라는 질문은, 최소한 두 번째 카드를 만드는 사람이라면 답할 수 있는 문제이다. 그러한 점에서 현대카드는 허울로 치부하는 껍데기와, 광고이미지, CI, SI(space identity)역시도 국내의 여타기업과는 상대적으로 다른 모습을 보인다.

현대카드가 외부로 보여지는 성과 이외에, 내부적으로도 얼마나 성숙해 지고 있는지는 알 수 없으나, 대기업들이 디자인 경영을 허공에 외치기 전에 아주 기본적으로 알아야 할 것이 있다.

디자이너에 대한 문제이다.

나 역시도 이 질문에 답하는 입장에서 클라이언트, 파트너쉽을 ‘구지’ 희망하는 기업을 이야기 함에 있어, 디자이너들의 판단은 대게 100% 돈에 있지만은 않다고 하고싶다. 현실적이지 못하고 순진한 생각이라고 생각 할 수 있지만, 디자이너들에게는 경영자로서는 이해 못할 ‘이상한 % 비중’이 있는 것이다. 더군다나 경영자가 흔히 말하는 우수한 디자이너의 경우에는 더욱 그럴수도 있는 것이다. 그 사실은, 국내의 최고대우를 해주고 있는 주요기업 디자이너들이, 무모해 보이게 만큼 가끔 회사를 박차고 나서는 모습으로 이야기 할 수 있다.

그러한 점에서 글을 마무리하기 위해, 서두에 써놓은 선정이유를 한번만 반복하려 한다.

“그 기업이 그러한 안목과 분석력이 있다면, 파트너로서 가끔 내가 밑지는 장사를 한다 해도 용인해 줄 수 있지 않을까?”


2008.6

조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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